
목차
어느날 팔로우하고 있는 인플루언서가 ‘디지털 다단계’ 라는 단어를 언급했다. 그러면서 아래와 같은 콘텐츠를 조심하라고 경고했다.
‘월 1천만원 버는 법’
‘집구석에 앉아서 월 300 자동 수익화’
‘전자책으로 경제적 자유 얻는 디지털 노마드’
어디서 참 많이 들어본 말들이다. 내가 수강했던 온라인 수익화 강의들도 딱 저런 류의 캐치 프레이즈를 사용했었단 말이다. 이런 류의 콘텐츠중 일부는 실제로 도움이 되는 정보이기도 하다. 그러나 때로는 일종의 ‘다단계’ 수익 모델로 운영되곤 한다.
전통적인 다단계는 하위 판매자를 모집해 수익을 얻는다. 화장품, 치약 등등…좋다고 입소문난 제품을 주변인에게 팔고 소개해준 사람은 커미션을 얻어가며 피라미드 꼭대기에 있는 사람은 더 많은 수익을 가져갈 수 있는 구조. 그런데 눈에는 잘 보이지 않지만 온라인에도 유사한 판매 구조가 존재한다. 주로 자기계발, 수익형 콘텐츠 시장에서 SNS, 온라인 강의, 전자책, 뉴스레터 등을 판매하며 “정보로 돈을 버는 방법“을 판매한다.
대표적인 패턴
| 📘 전자책 팔아 돈 버는 법을 알려주는 전자책 🎥 강의를 만드는 법을 알려주는 강의 📩 돈 버는 뉴스레터를 만드는 법을 알려주는 뉴스레터 |
어디서 많이 본 것 같은 느낌이 든다면? 혹시 이런 강의를 결제할까 말까 고민이라면? 이 글을 꼭 한 번 끝까지 읽어 주시면 좋겠다.
나의 온라인 수익화 강의 다단계(?) 경험기
당시 나는 네이버에서 블로그를 운영하고 있었다. 좋아하는 이웃 인플루언서가 ‘블로그 강의’ 후기를 남겼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가 이 후기를 남긴 것도 업체에게 혜택을 받기 위한 것이었다) 그 사람은 블로그 방문자가 하루에 천 명이 넘는 인플루언서였고, 그 사람이 제작하는 콘텐츠도 내 맘에 쏙 들었고, 소개하는 강의도 무척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첫 시작은 무료 강의였다.
나름 블로그에 대해 많은 이해를 할 수 있는 좋은 강의였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더 중요한 고급정보는 50만원이 넘는 유료 강의에서만 들을 수 있었다. 무언가에 홀린듯 단숨에 결제했다.ㅋ 50만원짜리 강의에는 블로그 운영에 쓸 수 있는 실무적인 팁들이 가득 있었다. 그러나 ‘큰 노력 들이지 않고 최적화 블로그 만들고 검색 결과 상위노출을 얻을 수 있는 핵심 꿀팁’은 그 다음 강의에 포함되어 있었다. 강의 가격은 약 700만원.
“지금 이 기회를 잡지 않으면 평생 후회할 수 있어요.”
“지금 듣는 게 오히려 제일 싸요. 나중엔 천만 원 넘어요.”
평생 후회하고 싶지 않았던 나는 결국. 투자했습니다…💸💸💸
온라인 수익화 프리미엄 강의를 들은 결과
최고급 강의까지 결제를 갈겼으니 말하는 건데 강사분이 사람을 휘어잡는 카리스마가 있는 것은 확실했다. 하지만 이제와서 솔직히 말하자면 강의 내용은 온라인 수익화를 이루기 위한 표준 매뉴얼 A to Z가 아니라, 본인이 자기의 브랜드를 어떻게 키워왔는지 ‘개인 경험담’ 에 가까운 내용이었다. 물론 그대로 실행에 옮긴다면 무언가는 이루어졌을 것이다. 그러나 사람마다 가지고 있는 역량과 업종 제약이 다른데, 그가 가르쳐준 테크닉 중 일부는 실행해볼 수 있었지만 일부는 나에게 필요한 내용조차가 아니었다. 예를 들면 BTS가 글로벌 아티스트로 성장한 과정에서 그들이 한 일들을 하나하나 나열해 놓고, 자 너도 이대로 해봐! 라고 말하는 것만 같았다. 그대로 따라한다고 내가 BTS만큼 성공할 수 있는 것은 아니지 않은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멈추지 않았다.
업체에는 더 많은 수익화 강의들이 있었고, 나는 뭐 하나라도 건져서 결과를 내고 싶다는 생각에 그 업체의 강의를 이것저것 수강했다. 그렇게 쏟아부은 비용은 돌이켜 보면 총 1500만원에 육박했던 것이다. 돌이켜보면 바로 이게 ‘디지털 다단계’ 였다.
이런 식의 강의가 문제인 이유
온라인에서 강의를 만들어 파는 것은 아무 문제가 없다. 실제로 양질의 콘텐츠들도 많이 존재한다. 하지만 내가 빠져들었던 구조는 다음과 같다.
디지털 다단계 구조
| 무료 콘텐츠로 ‘가능성’을 보여준다. → 이후 유료로 넘어가야 진짜를 알 수 있다고 유도 더 큰 비밀은 상위 강의에 있다고 말합니다 → 가격이 올라갈수록 자극적인 마케팅, 불안감 유도 ‘다음 단계’를 또 사야 완성된다는 구조 → 실전편, 마스터편, VIP코칭, 최종 종결 강의, 최종의최종, 어나더레벨강의…. 결국, 나도 누군가에게 이걸 ‘팔아야’ 수익이 난다고 유도 → “당신도 강의 만들 수 있어요”, “당신도 전자책 팔 수 있어요” |
즉 콘텐츠 생산자가 또 다른 생산자를 낳고, 또 다른 소비자를 생산자로 만들도록 하는 순환 구조가 되는 것이다. 결국 콘텐츠의 질 보다는 사람을 끌어들이는(feat.낚시) 능력이 수익의 중심이 된다. 이런 다단계를 조심해야 하는 이유는 다음과 같은 위험요소 때문이다.
다단계성 강의를 조심해야 하는 이유
| ❌ 계속해서 상위 콘텐츠 구매 유도 ‘기초편’을 샀더니 ‘실전편’, 그 다음엔 ‘마스터 과정’을 사야 한다는 식으로 끊임없는 결제 유도 ❌ 심리 조작: 불안감 조장 + FOMO 마케팅 “지금 시작 안 하면 늦어요”, “이제 곧 마감합니다” 같은 말로 초조함 자극 ❌ 성공 사례만 부각 실제 수강생의 평균 성과보다, 극소수의 성공 사례만 반복적으로 강조한다 |
콘텐츠 고르는 눈 만들기
물론 정말 괜찮은 강의, 정말 괜찮은 정보도 어딘가에 있다는 것을 안다. 내가 들은 강의들에도 100% 말도 안되는 정보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그러나 들인 비용을 회수하기조차 어려운 열약한 수익화의 현실 속에서, 그 탓을 오로지’수강생의 노오력 부족’으로 탓하며 새로운 강의 코스를 결제하도록 유도하는 업체의 만행 속에 이제는 정말 조금은 눈이 트인 기분이 든다. 물론 여전히 좋은 콘텐츠를 구별하는 안목이 있다고 자신할 수는 없다. 여전히 업체들의 후킹멘트와 “이건 진짜야”라는 광고에 눈이 가고 마음이 흔들리곤 하니까 말이다.
✅ 도움이 되는 콘텐츠 확인 체크리스트
| 1. 팔고 있는 건 ‘정보’인가, ‘희망’인가? 능력, 스킬을 업그레이드 시켜주는 정보인가? 아니면 “나도 될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을 주는가? 2. 드라마틱한 후기가 있는가? 후기나 인터뷰는 얼마든지 포장할 수 있다. 특히 ‘극찬’ 후기라면 더더욱. 직접 콘텐츠 ‘만’을 보고 스스로 평가해야 한다. 3. 무료 콘텐츠가 너무 좋을 땐, 그게 최고일 수도 있다. 유료 콘텐츠에 대한 기대감을 키우지만, 실제로는 무료가 가장 정제된 미끼일 수도 있다. 4. ‘지금 안 하면 후회합니다’ 라는 말에는 그냥 후회하고 말기 진짜 좋은 콘텐츠는 소비자를 조급하게 만들지 않는다. 심사숙고해서 고를 기회를 주는 것이 진정한 양질의 콘텐츠다. |
나처럼 사회에 나가서 정기적인 스케쥴의 일을 하기 쉽지 않은 전업 주부들은 무언가 자기의 일을 하고 싶어 하는 경우가 많다. (내가 지금까지 시도했던 재택부업 경험담은 여기에서 볼 수 있다.) 조금이라도 돈을 벌기 위해, 혹은 자신의 영향력을 확인하기 위해, 또 다른 어떤 이유를 갖고 있든지 말이다. 이런 사람들이 집에서 할 수 있는 재택 수익화를 꿈꾸며 온라인에서 정보를 얻을 때 정말 쉽게 노출되기 쉬운 디지털 다단계. 비합법적이거나 사기적인 수법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많은 돈을 투자하고 결과가 좋지 못할 때 얻는 좌절감은 상당하다. 이런 사람이 한 사람이라도 줄어들 수 있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누군가에게는 이 글이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기를 바라며 글을 마친다.